■ 한국건축문화포럼 10_ 건축산업전시회의 비전
  | 이규환 | 공간문화

한국건축문화포럼 10

건축산업전시회의 비전

건축에 산업이란 표현을 흔쾌히 쓰는사람은 그리많지 않은 것 같다. 건축은 창작이며 문화활동인데 산업이라는 낱말에서는 세속적이고 기술공학적인 느낌이 강하다는 이유로 그리 큰 점수를 주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실제 건축전 문전시회를 표방하며 지난 9월에 개최된 '2006 한국건축산업대전’의 제목 결정에서도 많은 논란 이 있었던 것으로, 문화라는 표현은 매우 존중하 는 반면 산업적인 측면은 의식적으로 거부하는 현상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과연그럴까? 산 업은 기술공학과 건설산업만 있는것이 아니라 건축문화산업, 창작산업 아니 좀 더 정직하게 건축 산업도 있다고 말하면 안되는 것인가? 산업이란 간단히 말해서 능력껏 일을 하고 그 일의 결과와 댓가를 교환하며 삶을 영위하는 것으로써, 건축의 결과는 문화가 될것이나 건축의 과정은 산업적이 어야 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잠시 산업으로서의 건축을 이해하기 위해 현업에서 느 낀 몇가지 의견을 피력 해 볼까한다.

건축을 공부한 사람이면 "Form follows Function" 또는 그 반대의 말을 익히 잘 알고 있 을 것이다. 때로는 건축의 모든 의미를 함축해 놓 은듯이 가슴속에 새겨놓았을 수 도있다. 그러나 현업에 있다보면 이는 마치 자연과학자에게 있어 1 + 1 = 2와 같다는 아주 기초적인 이론에 불과한 것으로, 오히려 다음과 같은 말이 좀 더 건축적일 것같다. "건축은 숫자에 따라 결정된다."굳이 설명이 필요없는 말이겠으나 혹시라도 글의 뜻을 오해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 조금만 추가 설명을 해보려 한다. 일단 건축은 예산규모에 따라 그 결 과가 미리 예측되어지는 것이다. 평당공사비 100만원짜리 건축이 400만원짜리 건축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예측은 맞지 않는 말이다. 이를 아무리 문화적인 접근으로 풀고자 한들 절대적인 숫자의 차이를 극복할 수 없는 일이다. 또한 건축은설계 비에 따라 결정된다. 건축의 순수성만을 강조한 사람들은 설계비 없이도 최선을 다해 설계에 임한 다고 하겠지만 나의 건축경력 약 20여년 동안 한 번도 이런 사람을 보지 못하였다. 또 건축은 용적 률, 건폐율 등 법이 정한 숫자를 따르고 있으며, 준공후에도 분양숫자 및 유지관리 등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숫자에 따라 그 모습이 결정되어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숫자들이 매우 체계 적으로 통계화 되어가고 있는 현실에서 단순히 감각적인 문화주장을 펼치는 데는 한계가 있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즉 건축문화라는 말에도 보다 체계적인 이론과 현실반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다.

두번째는 '건축가'에 대한 생각이다. 우리의 건축 교육이 현실성없는 낭만적 건축디자이너를 배출 해 내면서 그들에게 비현실적인 '건축가'의 꿈을 심어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교육의 결과 건 축가는 건축문화를 창출하는 디자이너이고, 건축 사는 돈벌이를 위해 건축하는 사람정도로 치부하 는 왜곡된 현상을 보게도 된다. 이를 바로 잡고자 '건축가'가 되기 위한 몇가지 자격요건을 살펴보 면 다음과같다. 첫째, 건축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다루는 업무인만큼 그에 걸맞는 자격, 즉법적 책임과 권한을 갖춰야 할것이다. 둘째, 건축의 공공성을 이해하는 윤리의식을 지녀야 할것이고 셋째, 건축계획 및 디자인능력을 갖춰야 할것이며, 넷째, 프로젝트수주능력과 다섯째, 건축실무능력이 필요하고 여섯째, 팀원과화합할 수 있는 인성 이 있어야 하며 일곱째, 사무소를 원만히 운영할 수 있는 경영능력이 있어야한다. 이들중 어느 한 가지라도 빠져 있다면 좋은 건축은 물론 훌륭한 건축가의 탄생을 기대하기는 어려울것이다. 그런 데 과연 지금까지 우리들이 생각하고 있었던 건축 가의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단지 디자인 능력 하 나로 건축의 모든 것을 해결할 수있는 양 기대하며 건축문화를 주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굳이 여기서 해묵은 '건축가'에 대한 정의를 내려본 것은 소모적인'건축가'논쟁을 하기 위함이 아니라 수주능력, 실무능력, 화합능력, 경영능력등에 대한 인식을 보다 적극적으로 생각 해 보자는 의도에서다. 보다 현실적인 접근 방법 만이 오히려 우리들이 추구하는 올바른 건축문화 에 이를수 있는 지름길임을 생각해본다. 지금까지의 설명은 우리가 건축을 산업적으로 접 근해 보기 위한 최소한의 '의식의 틀 깨기'라 할 수 있다. 건축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과 신격화 시 킨 건축우월주의가 자칫 건축산업전체에 누를 끼칠 수 있다는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건축이란 모두 한줄기에서 출발하여 다양한 분야로 분화된 전문가들이 함께 협력하여 만들어 가는 것인데, 우리는 어느순간부터 타인을 배려치 않는 자신만의 굴레 속에 갇혀가는 느낌이 있다. 이를 탈피하여 모든 전문가들이 하나로 화합하는 축제의 장을 마련한 것이 '2006 한국건축산업대전'이었다. 즉, 건축이란 건축사의 설계업무에서부터 구조,기계,전기 및 기타 관련전문가와 건축자재 등을 함께 검토하여 최종적으로 건설회사를 통해서 구현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 행정관청에서부터 준공 후 유지관리에 이르기까지 건축관련전문가들은 무수히 많고 이들이 모두 협력하여 노력한 결과 하나 의 건축물이 탄생하는 것으로, 이러한 작업은 결코 어느 한 분야에 치중하여 점유할 수없는 것이 며, 업무의 경중은 있을 것이나 모두가 같은 동지임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축산업전시회란 이렇듯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보를 교류하고, 회사홍보의 장이 되며, 프로젝트 수주의 장으로 활용할수 있도록 구성되어져야 할것이다.

그러나 잠시 뒤로돌아가 기존의 건축전시유형을 먼저살펴보자. 첫째는건축계획안을전시하는작 품전이 있고, 둘째는 산업전시장에서 이루어지는 건축자재 전시회가 있다. 그중 건축작품전은 대부 분의 경우 우리들만의 축제로 한정되어 건축을 알리는데 한계를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순수 작품 전시회가 되기에는 근본적으로 작품성(유일한 작품의 예술작품전과 복제가 가능한 자료작품전의 차이)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를 좀 더 설명하자면, 건축작품전이미술관 등에서 열리기에는 유일 작품으로서의 순수성이 떨어지기에 일반적인 예술작품전 등과 같은 전시 기법은 걸맞지 않다는 것이다. 어쩌면 지금까지의 많은 건축작품전이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하고있음은 우리 나름의 전시기법을 개발하지 못한 탓 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건축자재전시회의 경 우는 건축의 부분적인 요소들만으로 구성됨은 물론 지나친 상업성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건축을 왜곡시키기도하는실정이다. 그러나이제 는 새로운 건축전문전시회를 통해서 우리들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줄때가 되었다는 생각이다.

그럼 지금까지의 설명들을 토대로 우리의 건축전시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하여 생각해보자.

첫째, 전시목적을 뚜렷이 하고 그에 맞는 전시기 법의 개발이 필요하다. 즉, 단순히 새로운 계획안 을 보여주는 홍보전시회와 회사의 매출증대를 목 적으로 전시하는 경우는 장소 선정에서부터 그 표현방법까지 전혀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우리가 소홀히 해 왔었던 것이다. 최 근들어 전문산업전시장인 컨벤션센터를 이용하다 거나 '2006 한국건축산업대전'에서 선보인 '건축프로젝트 공동전시관'등은 우리의 전시기법개발 에 청신호를 보여주는 고무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참고로 '건축프로젝트 공동전시관’은 하나 의 건축프로젝트에 관련된 전문가들이 모두 함께 모여 한개의 공동관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유형적 인 전시품(건축자재 등)과 무형적인 전시품(건축 설계, 건설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전시효과를 극대화하는 진정한 건축전시 방식의 모습이라 할 것이다.

둘째, 전시회를 통해 보다 큰 의미의 건축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 앞에서도 잠시 언급한 내용 이지만 건축전시회를 단순히 건축설계에 한정하 여 진행한다면 그 효과가 한정될 수밖에 없다. 그 러나 건축이라는 공통관심사를 중심으로 관련전 문가들이 모두 함께 참여하는 전시회를 기획한다 면 우리의 역량은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것이며, 국제시장을 향한 준비에 커다란 도움이 될수있다.

셋째, 건축전문가들의 화합, 축제의 장으로 승화 시켜야 한다. 현대 전시회의 흐름은 전시와 회의, 교육 및 이벤트 등을 포함하고 있는 추세이니 이 전시회의 속성을 잘 활용만 한다면 여러 분야에 흩어져 각자의 목소리에 치중하는 일부 현상을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학생들에 게는 산 교육장으로, 전문가들에게는 정보교류의 장이 되면서 대국민을 향한 바른 건축의 홍보공간이 될수있기를 희망해본다.

'2006 한국건축산업대전'을 준비하면서 목적한 것은 크게 두가지였다. 하나는 국민들에게 건축을 알리는 것이고, 두번째는 건축인들의 활동무대를 넓혀주자는 것이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두가 우 리들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우리들의 행사라는 것이다. 제목이 무엇이든, 주최가 누구이든 관계 없이 건축전시회라는 것을 통해서 우리들의 새로 운 활동무대를 개척해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것이다. 가능성이 있는 만큼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고, 그희망을 느끼는 순간, 건축은 여전히 멋진 것으로 우리곁에 남아있을 것이다.


"한국건축문화포럼"은 건축정책을 연구 개발하고 이를 정부와건축 관련 단체에 제안하며 건축의 각 단체에 서 필요한정책적 사항을 효율적으로 논의하는기구이다. 이기구는 사단법인으로 하지않고, 대한건축학회, 대한건축사협회, 한국건축가협회, 새로운건축문화를 실천하는 건축사협의회(새건협)의정책, 법/제도 위원 회와 공동으로 운영되는 단체로, FIKA의 대내적 문제에 대한 논의, 해결방식등을 위임 받고있다.

건축문화편집부 (archious@ancbook.com)
건축문화 2006년 10월호 [Serial Forum ]페이지 © anc건축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