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_ 건축가 Goettsch Partners | 환경친화형 초고층건축_ Goettsch Partners
  | 황보 봉 | 서울산업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60명 이상의 건축가를 보유한 중견기업인 Goettsch Partners 사의 연혁은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인 194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원래 미스 반 데르 로에가 1938년부터 운영하던 사무실을 그의 외손자인 더크 로한이 승계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미스의 사무실을 계승한 것이니 그의 철학과 비전도 함께 계승했을 것으로 얼른 짐작이 간다. 하지만, 더크 로한은 작년 이 회사를 떠났을 뿐더러 지금 다루고자 하는 Goettsch Partners 사의 작품들은 그 자체로 건물의 형태와 성능 모두 훌륭히 계획되고 연출된 것들이어서 굳이 미스와 직접적인 연관성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도심의 초고층건물이 양산되고 있는 국내건축계에 시사하는 바가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필자 주)

미국 중부의 대도시 시카고의 스카이라인은 뉴욕의 그것과 비교해도 결코 그 스케일과 아름다움이 뒤지지 않는다. 미시간 호수 주변을 따라 속칭 루프(Loop)라 불리는 중심상업지구에는 1800년대 중반부터 세워지기 시작한 수많은 고층건물이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어구로 유명한 루이스 설리번 (1856-1924)과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1869-1959) 등 근대건축의 많은 거장 건축가들이 이 도시에서 활약했었으며, 철근콘크리트와 철골구조로 된 건축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곳이 시카고이다. 철골로 된 고층건축물을 시카고에서 대량으로 생산해 내기 시작한 데에는 1871년 발생한 대형화재가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미국 중서부의 상업 및 교통의 요충지인 시카고는 목조건조물이 많았던 탓에 도심내의 많은 건물들이 소실되었으며, 시당국과 유통업자들은 사무소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이러한 배경 하에 공학자 윌리엄 르 베런 제니(1832-1907)가 중심이 되어 탄생시킨 철골구조는 시카고의 도시 스카이라인을 미국에서 가장 미려한 것으로 만들어 나간다.(그림 1) 대형화재가 발생한 뒤 시카고의 도시건축은 1900년경에 이르러 가지런히 정리된 가로에 고전적인 형태와 절충된 고층 사무소 건물들이 늘어서 있음을 알 수 있다.(그림 2) 특히, 고딕절충식의 시카고 트리뷴(Herald Tribune, 1922-25) 신문사 사옥과 르네상스 절충식의 리글리 빌딩(Wrigley Building, 1920-31)은 시카고 도심의 상징으로 미시간 가(街)의 초엽에 위치하며 시카고의 위대한 건축적 유산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건물들이다.(그림 3, 4)
시카고 트리뷴 신문사 사옥과 리글리 빌딩이 근대건축의 태동기에 등장한 절충식 건물의 대표라면, 지난 몇 년 사이 시카고에 본사를 둔 Goettsch Partners 사(이하 GP)가 설계한 건물들은 최근 시카고 시내 상업건축의 설계 동향을 가장 잘 드러내 준 작품들로 앞으로의 고층건축물 발전의 향방을 제시해 줄 수 있는 흥미로운 사례들이다. GP는 루프지역을 중심으로 고층의 대형사무소에서 역량 있는 개발업자와 함께 팀워크를 이루며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설계를 선보이고 있는데, 시카고와 중국, 남미에 고층사무소를 비롯해 호텔과 미술관, 대학 캠퍼스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발표해 오고 있다.

GP의 작품 중 시카고 중심부 111 S. Wacker 드라이브에 위치한 52층의 사무소 건물은 친환경적인 측면에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었다.(그림 5) 임대를 목적으로 설계한 이 사무소는 외관에 드러나는 미려한 커튼월의 처리도 눈길을 끌지만, 내부의 구조를 외관에 V자 형태로 자신감 있게 표현해내고 있을뿐더러 상업건물로서는 최초로 미국그린빌딩협의회(US Green Building Council)가 부여한 골드등급을 수상하는 등, 향후 초고층건물의 큰 발전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미국 그린빌딩협의회의 인증기준은 프리미엄과 골드, 실버 그리고 인증의 4단계로 구분되는데, 상업건물의 경우 골드인증을 받은 것은 이 건물이 처음이다.) 프리미엄이 사무실의 기준층 평면도를 보면 외부 기둥간격은 40피트 정도지만 건물 중앙의 코어부분과 커튼월까지의 기둥간격은 50피트에서 60피트에 이르러 오피스 랜드스케이핑은 아무런 제지 없는 공간감의 극대화를 이루고 있다.(그림 6) 이렇게 넓은 기둥간격으로 빚어지는 하중을 지반 아래로 안전히 전달하기 위해 사용된 V자 형태의 기둥은 지상층의 거대한 기둥과 연결되는데, 덕분에 실내에는 확 트인 공간감을 선사할 수 있게 된다. 외관에 V자형이 표현된 건 이 건물이 설계되던 당시에는 훨씬 더 두드러진 것이었다.(그림 7) 이 건물의 공사를 앞두고 있던 2001년 뉴욕에서 발생한 국제무역센터 테러는 고층건축물의 구조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불안감을 가지도록 했는데, 이 건물이 노출시키고 있는 V자 형태의 하부구조는 일반인들의 눈에 불편함을 가져다주었다고 한다. 고층건축물의 구조적 안정성에 대한 불안감 덕분에 결국 노출되어 있던 구조를 커튼월로 피복하는 변화가 발생했지만, 이 하부구조는 또 한편 보행자로 하여금 건물로의 진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커튼월의 장점을 살려 케이블로 지지되는 유리패널을 사용한 결과 건물과 보도간의 시각적 연속성을 확보되어 로비에서는 건물의 개방감을 크게 느낄 수 있으며, 기준층에서는 외부로 트인 시야확보와 더불어 최대한 자연광을 받아들일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이 사무소 건물이 미국 그린빌딩협의회 (USGBC)의 우수건축물로 선정된 이유는 무엇보다 장기적인 지속가능성과 높은 에너지효율성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원래 부지에 건축되었다가 철거된 USG 건물의 케이선(caisson)과 기초구조물을 새 건물 공사에 활용한 것이나 열효율이 좋은 단열유리의사용, 옥상정원, 전자제어식 HVAC시스템 그리고 실내식재 및 일리노이 주에서 생산되는 지역 재료들의 우선적 사용 등이 친환경적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기술적 가능성과 건축법, 그리고 입주자의 요구를 조화롭게 충족시킨 점과 건축주의 추가투자를 이끌어 낸 점은 지속가능성의 측면에서 높게 평가받았다.(그림 8 참조)

한편, 이 건물로부터 겨우 한 블록 떨어진 부지에 세워진 51층 규모의 UBS 타워 건물은 S. Wacker 드라이브의 건물처럼 코어에서 커튼월까지 45피트 이상의 무지주 공간을 연출할뿐더러 강철 케이블로 고정된 로비층의 커튼월(일명 네트월 Net wall)은 건물내외의 시각적 개방감을 극대화해주고 있다. 케이블로 고정된 커튼월 공법은 2001년 UBS타워가 미국에서 최초로 시도한 사례이며, 이후 S. Wacker 드라이버 프로젝트 등 기타건물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직경 3.175cm의 스테인리스 강철 케이블은 로비 층 바닥에서 최상부에 해당하는 3층 반자까지 연결되어 있는데, 68개에 달하는 각 케이블마다 적절한 인장력을 유지하는 일은 상당한 전문성을 요하는 과제였다.(그림 9, 10) UBS타워와 111 S. Wacker 드라이버 사무소 두 건물은 시카고의 또 다른 상징인 시어즈타워(Sears Tower)와 같은 가로에 면하면서 도심의 이미지를 훨씬 더 부드럽고 역동적인 것으로 바꾸어가고 있다.

미시건 애버뉴 중심의 그랜트공원 북쪽 끝에 위치한 BCBS(Blue Cross Blue Shield) 보험회사 본사 건물은 가까운 장래에 증축을 염두에 두고 설계한 사례이다.(그림 11) 1994년부터 1997년까지 제1단계 공사기간동안 32층으로 지어진 이 건물을 제2단계인 2010년까지 57층으로 증축하는 계획은 초기 공간사용계획부터 어려운 점을 지니고 있었다. 57층으로 증축되는 경우 고층 엘리베이터 조닝(zoning)이 필수적인데, 증축 때까지 10여년 이상 향후의 수직이동 부하를 고려한 엘리베이터의 점유공간을 비워둬야 하는 문제가 그것이다.(그림 12) 수직 동선 계획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엘리베이터가 위치한 다섯 베이(bay)중에서 두 베이는 애초 계획 때부터 8대의 엘리베이터를 운행하고 그리고 나머지는 증축 후를 대비해 비워두었는데,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에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그림 13) 가운데 베이는 2개 층의 수직 동선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계단실로 의도되었는데, 두 개 층씩 클러스트로 운영하며, 매 3층마다 일반사무실 공간으로 정상 점유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점은 특이하다. 단면도에는 내부의 공간구성을 잘 드러내 보이고 있는데, 로비층의 진입으로부터 고층사무실까지의 이분할된 수직이동과 각 층의 개방된 구성이 돋보인다.(그림 14)

GP는 중국 소주와 체코의 프라하 등지에도 앞서 언급된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고층의 정부기관과 상업시설을 설계한 바 있다. GP의 설계경향은 친환경성과 지속가능성이라는 두 가지 테제를 초고층건축에 접목시킨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여태껏 초고층건축물은 역사적 도시환경의 문화적 단절과 불필요한 고에너비 소비를 일으키는 단점을 지적받아왔다. 하지만, 시카고의 몇몇 사례에서 살펴볼 수 있듯 초고층 건물은 시카고에서는 오히려 역사적 맥락을 이어가는 랜드마크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또한 네트 월과 같은 신기술과 신재료 그리고 경량 강철 플레이트를 데크로 한 무지주공간의 연출은 고층사무소건축의 미래발전 가능성을 더욱 크게 만들어 주었다. 뉴욕의 국제무역센터의 테러이후 움츠렸던 고층건축에 대한 자신감을 다시 찾았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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