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ecial Issue - 희망의 작은 도서관 | Introduction
  | 건축문화 편집부

special issue - 희망의 작은 도서관 - 희망의 작은 도서관 만들기
Small Libraries for All: A Project of Hope
에디터_ 김경진
편집디자인_ 정은희
자료 제공_ 책읽는사회문화재단, 한겨레신문, 삼성사회봉사단, 민족건축인협의회 건축설계지원단

지난 2006년 6월 이해진 삼성사회봉사단(이하 삼성) 사장, 도정일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이하 책사회), 정태기 한겨레신문사 대표이사가 모여 ‘희망의 작은 도서관 만들기’ 사업 추진을 위한 협약식을 가졌다. 그 후 2007년 현재 전국 57여 개의 초등학교들이 어린이들과 지역주민들이 함께 하는 새로운 도서관 환경을 갖게 되었다. 정보지식 접근의 사회적 평등을 지향하는 독서문화단체인 책사회, 농촌의 작은 학교와 공동체를 살리는 일에 꾸준한 관심을 가져온 한겨레, 그리고 적극적 사회공헌을 기업 목표로 삼은 삼성이 뜻을 모은 이 사업은 농산어촌 초등학교의 도서관 지원과 민간 운영 작은 도서관 지원 사업으로 구성된다. 먼저 추진된 초등학교 지원 사업은 2006년 7월 말까지 지원신청서를 받은 뒤 서류심사 및 현장실사를 거쳐 지원 대상 학교를 선정했으며, 선정된 학교에는 책과 영상자료는 물론 도서관 리모델링, 시설 개보수 등 종합적인 지원이 이루어졌다. 이중 10여 개의 시범학교에서는 민족건축인협의회(이하 민건협)에서 구성된 건축설계지원단이 참여하여 건축적 개념을 살린 도서관 리모델링 디자인을 선보이기도 했다.

왜 도서관인가? 미국 캔사스 주의 어느 공공 도서관에서 6천만 달러가 소요되는 도서관 확장 계획을 발표하자, 지역 대학의 한 경영학과 교수가 인터넷으로 정보 공유가 가능한 시대에 도서관은 구시대의 유물이며, 과연 21세기에 도서관이 존재할 필요가 있는지, 그것을 위해 6천만 달러나 되는 거금을 써도 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는 일화가 있다. 그는 차라리 그 돈으로 시 전역에 광역네트워크를 구성하여 경제적인 이유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 사람들을 도와주자는 건의를 했다고 한다. 그의 주장은 다양한 찬반논쟁을 불러 일으켰지만, 여전히 물리적 도서관은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인터넷 정보의 다양화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 존재하는 정보와 지식에 비한다면 단지 일부분만이 디지털화 되어 있을 뿐이다.
이러한 논쟁은 단순한 일화가 아니라 그 자체가 오늘날 독서문화의 위기를 보여준다. 전자정보매체의 급격한 발달과 더불어 아날로그 활자매체 수요는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이에 따른 독서 인구의 감소 추세에, 이제는 무엇이든 읽기만이라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지식정보사회라는 것이 ‘책을 많이 읽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는 사회’여야 하는데, 거꾸로 우리 사회를 보면 그 의미가 ‘정보통신 관련 기능 습득을 권하는 사회’로 통용되어 전통적인 책읽기는 뒷전으로 밀리는 감이 없지 않다는 한 출판인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그러나 인터넷 네트워크가 글로벌 된 만큼이나 독서율의 감소는 우리나라뿐만의 문제가 아닌 지구적 문제이다. 이에 각국은 책 읽는 문화를 조성하는 방안에 고심하고 있는데, 이렇게 나온 해답이 바로 ‘도서관’이다. 세상이 아무리 노매디즘(nomadism)을 지향한다 하더라도 정보의 집적과 민주적 활용에는 물리적인 공간이 필요하다(미디어와 디지털 정보는 오히려 그 네트워크 접근에 있어 제한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민들이 생활 속에서 이용할 수 있는 공공도서관은 현재 대략 500여 곳에 불과하다. 인구 10만명당 1개 수준으로, 같은 OECD 국가인 독일의 9천명당 1개, 미국 3만명당 1개, 일본의 4만명당 1개에 비교해도 터무니없는 수준이다. 이에 우리나라도 뒤늦게나마 정부는 물론 지자체, 공공 도서관, 시민단체와 언론 등지에서 도서관 확산 및 정비를 통해 침체되어가는 독서 문화를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환으로 진행 중인 여러 민관 계획 가운데서도, ‘희망의 작은 도서관 만들기’는 시민단체의 운동을 언론이 홍보하고, 기업이 지원하는 형식으로 추진된, 여기에 건축설계지원단의 참여가 좋은 시범을 만들어낸 성공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특히, 이 사업의 재정 부분은 삼성사회봉사단에서 사업비 100억 원을 전액 기탁하고 삼성전자에서 도서관 운영을 위한 전자 장비를 지원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사회공헌의 대상으로써 대기업의 도서관 지원은 괄목할 만한 부분이다. 기업의 최우선 목표는 이익을 많이 내는 것이겠지만, 오늘날 세계적인 일류 기업의 평가 기준은 기업이 그 자신의 사회적 책임을 이수하고 있는가, 이를 통해 사회로부터 그 윤리성에 대한 인정받고 있는가에 있다. 이에 삼성 역시 국내 기업 중에서도 일찍부터 사회공헌 원칙을 천명하고, 2006년에는 전국에 100여 개에 이르는 자원봉사센터를 설치하여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자원봉사활동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학교 도서관 리모델링에 있어 시설 개보수뿐만 아니라 도서 컨텐츠, 가구와 시설기재, 전자장비, 도서관리 프로그램, 운영자 교육 부문 등에서 삼성이 보여준 지원은 획일적으로 마무리되기 쉬운 관 주도 사업에 비해 민간 주도 지원의 역량을 보여준 셈이다. 또한 신자유주의의 흐름 속에 위기에 놓여 있는 ‘공공성’의 유지가 기업의 협력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었다는 데에서도 ‘행복의 작은 도서관’이 시사하는 또 다른 가치가 있을 것이다.

왜 작은 도서관인가? “알렉산드리아의 도서관이나 중세 수도원의 도서관, 혹은 규장각 등 과거 역사 속의 도서관은 왕, 귀족 같은 지배계급, 학자들을 위한 제한된 공간이었다. 도서관은 대중의 접근이 가능해지기 시작한 것은 근대에 들어서이다. 만인 대 정보의 공개를 원칙하는 근대 개념의 도서관은,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식민지 시대라는 도입 배경 속에서 시민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또한 입시, 고시 열풍 속에서 수험용 공간으로 전락하기 일쑤였다. 도서관 본연의 ‘공공성’ 개념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대형 도서관 건립도 중요하지만 좀 더 작은 단위, 지역 공동체에 다가갈 수 있는 ‘작은 도서관’이 필요하다.” 책사회 안찬수 사무처장의 설명이다. 이처럼 전문가들이 작은 도서관의 활성화를 강조하는 것은 작은 도서관이 책 읽는 문화 공동체 형성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유치원생부터 동네 주민까지 쉽고 편안하게 찾아갈 수 있는 작은 도서관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지역공동체는 도심과 지방의 심각한 양극화 현상을 극복하고 문화 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는 대안 중 하나이다. 정부도 작은 도서관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2003년에 ‘1만개 작은 도서관, 이웃도서관 확충운동’을 표방했고, 국립중앙도서관은 지난달 작은 도서관 진흥사업을 담당할 전담팀까지 만들었다.
실제로 ‘행복의 작은 도서관’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부터 누구보다도 크나큰 관심을 갖고 설립과 운영을 위해 애쓴 주체는 학교 선생님들을 비롯하여 지역 학부모들과 시민들, 아이들 자신이다. 게다가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 결과에 질적으로 월등한 결과를 보였다”고 자부된다. “교육부나 지방관청은 행정 차원에서 차라리 이들 학교들이 폐교되기를 바랐다. 이 사업은 그러한 영세 농산어촌 학교들을 회복시킨 것이다.” 이 사업을 지켜보며 지속적인 언론 홍보 역할을 담당해온 한겨레신문사 권복기 기자의 설명이다.

이제 앞으로의 관건은 작은 도서관의 내용을 어떻게 채우고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하는 소프트웨어인 문제이다. 학교도서관 만들기 워크숍, 건축가와 함께 하는 설계 설명회 및 시공 참여, 마을 축제 그리고 인프라가 주어진 지금 공통적으로 마주하는 전문적인 사서 확보의 문제, 운영 프로그램 편성의 어려움, 생계로도 바쁜 농산어촌 지역 학부모들의 협조 요청 등,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들은 많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고 있는 지역민들의 모습에서, 57여 개의 작은 도서관은 이미 지역공동체로서 구심점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시작하고 있는 것 같다.
이 가운데 건축가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인가? 설계지원단으로 참여한 순천향대학교 양상현 교수는 ‘건축가의 사회적 지위를 자리매김하는 것이 녹록치 않은 현실은 우리 스스로 공공적 소임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표현한다. 여건의 한계나 한정된 예산 가운데서도, 그래서 더욱 참여의 의의에 자부심과 즐거움을 가졌다는 건축가들의 소감은 그들의 값진 경험을 반영한다. 안찬수 사무처장과 양상현 교수의 글, 그리고 11개의 프로젝트를 소개한 본지의 금번 특집이,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의 공공 소임을 생각해 볼 수 있는 독자제하의 기회가 되기를 바라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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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문화편집부 (archious@ancbook.com)
건축문화 2007년 4월호 [Architects]페이지 © anc건축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