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ecial Issue - 희망의 작은 도서관 | ‘희망의 작은 도서관 만들기’에 대하여
  | 안찬수|책읽는사회문화재단 사무처장, 시인


작은 도서관, 희망의 손길을 내밀다 한겨레신문사, 삼성,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희망의 작은 도서관 만들기’ 사업은 양극화의 아픔을 이겨내고 문화 복지 수준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학교도서관 및 민영 작은 도서관을 지원하는 범사회적인 공익사업이다. ‘희망의 작은 도서관’이란 자라나는 우리 어린이들에게 책과 미래와 희망을 주기 위한 도서관이다. 이 사업의 주체들은 ‘작은 도서관’을 매개로 지역의 문화공동체를 건설하고 나눔과 배려의 정신을 확산시키고자 애쓰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한겨레신문, 삼성,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이 기대하는 것은 민주적인 사고와 창의력을 지닌 미래의 한국인이 진정으로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지원을 통해 지역 격차, 문화 격차 등이 최대한 줄어들고 더 나아가 도서관을 매개로 한 지역문화 공동체 건설의 단서가 찾아지기를 기대한다.

주지하다시피 한겨레신문사는 1988년 5월 세계 최초로 국민주 신문으로 창간된 대표적인 언론기관이다. 2005년에는 제2창간을 선언하고 동북아 평화, 교육, 복지, 여성 등 21세기 의제를 설정해 어린이와 부모,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함께하는 교육’, ‘공동체 만들기’ 등의 역점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삼성은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기업으로서, 나눔의 기업문화, ‘함께 잘사는 사회’를 지향하면서 각종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희망의 공부방 만들기, 삼성어린이집, 행복둥지(사회복지시설 양성화) 등의 사업을 펼쳤으며, 임직원의 80%가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2006년 2월에는 사회공헌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대국민 선언을 내놓았고, 이 가운데 ‘작은 도서관’ 사업을 전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책읽는사회’는 성숙한 시민사회를 지향하는 8개 시민사회단체의 연대체로 정보지식 접근의 사회적 평등 확산을 지향하는 대표적인 독서문화 시민단체이다. 지금까지 전국에 9개관을 개관한 어린이전문도서관인 ‘기적의도서관’ 건립 사업, 영유아를 위한 ‘북스타트’ 사업 등을 전개하여 사회적으로 육아를 지원하고 공동체적인 삶을 만드는 데 기여해왔으며, 책, 출판, 도서관, 독서와 관련된 각종 사회적 의제를 제기해왔다.

한겨레신문사와 ‘책읽는사회’는 2005년부터 지역공동체 강화를 위해 제휴 사업을 전개하기로 논의해왔고, 2006년 5월에는 한겨레신문 창간 18돌 지면 캠페인 ‘어린이에게 책은 미래다’를 펼쳤다. 또한 삼성의 지원을 받아 ‘작은 도서관 실태 및 도서관 서비스 수요조사’(2006. 4. 24-6. 10)를 벌인 바 있다. 더불어 전국의 초등학교 학교도서관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사례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그리하여 2006년 6월 말 ‘2006 학교도서관 지원사업’ 공고를 내놓았다. 이 공고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초등학교 도서관은 어린이들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고, 자라나는 세대가 폭넓은 독서경험을 통해 가치의 세계를 체험하게 하여 사람과 사회와 자연에 대한 이해력을 키우게 하는 필수적인 시설이다.”
7월 20일에 접수를 마감한 뒤, 8월에 직접 학교를 탐방하여 지원의 적실성과 필요성을 파악하고, 지원을 신청한 총 125개교 가운데 모두 58개교를 지원 대상 학교로 선정했다. 학교도서관 재단장 설계안 작업 등의 과정을 거쳐 2006년 9월 25일에는 학교도서관 제1호관으로 경기도 가평의 상면초등학교 청우도서관 재단장 기념식을 열었으며, 2007년 2월 14일에는 충청남도 당진의 고산초등학교 산마루도서관을 제57호관으로 개관했다.(지원 대상 가운데 1개교는 학교 건물을 전면적으로 신축하기로 하여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학교도서관 리모델링의 혁신 학교도서관 재단장의 초점은 아이들이 ‘가고 싶은 도서관’, ‘살고 싶은 도서관’을 만드는 것이었다. 또한 다기능을 수행하는 복합문화공간을 구현하고, 아름답고 쾌적하며 편안한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이번 ‘희망의 학교도서관 만들기’ 사업의 큰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새로운 모습의 혁신적인 학교도서관으로 재단장
2. 아름답고 포근하고 쾌적한 도서관 구현
3. 다목적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도서관 구성
4. 학생, 교사, 주민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도서관 실현
5. 설계 6대 원칙- 쾌적성, 창의성, 안전성, 내구성, 친환경성, 유연성

이러한 원칙 아래 디자인적으로는 8가지 혁신적인 요소를 도입함으로써 학교도서관에 일대 혁신을 이루고자 했다. 그 8가지 혁신적인 요소는 다음과 같다.

1. 좌식공간과 입식공간을 결합함으로써 어린이들이 집안에서처럼 편안하게 도서관을 접근하도록 했다.
2. 온돌공간을 도입하여 공간의 확장성을 기하면서 동시에 편안한 독서공간을 유도했다.
3. 하나의 공간이 연행시설/ 전시시설/ 강당/ 극장/ 강의실/ 좌식 열람공간/ 영화관/ 학예발표장 등으로도 사용될 수 있도록 다기능 복합 공간으로 도서관을 만들고자 했다. 별도의 시설을 갖추지 못한 일부 학교도서관의 경우 도서관 전체가 이러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고려했다.
4. 복층/ 다락/ 계단 등 높낮이를 달리하는 공간을 마련하거나 공적인 공간(public space)과 사적인 공간(private space)을 융합함으로써 다차원적인 공간을 구성하고자 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학교 내 교실 공간의 단순성이나 단조로움을 탈피하고, 감시적 시선 체계 속에 있던 어린이들에게 자율적인 공간을 확보할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5. 종래 학교도서관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혁신적인 가구를 도입하고자 했다. 학생과 교사와 주민들이 마치 북 카페에서처럼 책을 접하고 읽을 수 있도록 고려했다. 국내외 선진적인 사례를 충실히 검토하여 학교도서관에 도입할 수 있는 가구들을 시범적으로 제작한 사례가 꽤나 많다. 대개 2칸(40-50평) 규모의 학교도서관은 제대로 이용하고자 한다면 매우 좁은 공간일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유연성 및 유동성(flexibility)이 있어야 한다. 가능한 한 서가를 벽부형으로 제작하고 중앙에 배치되는 것에는 이동이 가능하도록 하여 유연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6. 소파를 도입했다. 딱딱한 의자가 아니라 푹신하고 소파를 도입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학교도서관에 꿈도 꿀 수 없었던 것이었다. 이는 어린이를 소중한 인격체로 대접하고자 하는 이 사업 주체들의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7. 주민 결합형의 도서관을 구현하려고 했다. 이번에 지원 대상이 되었던 학교들은 각 학년이 1학급으로 구성되어 있는 소인수의 작은 학교들이다. 학교도서관 운영에 교사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대부분의 지역 주민들이 도서관문화를 누릴 기회가 없는 문화 소외 지역이었다. 교사들이 학교에 정을 붙이고,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며 아이들을 키우는 일에 함께 노력할 수 있는 계기를 도서관 재단장이 만들어낼 수 있기를 희망했다. 그래서 학교도서관에 교사들의 쉼터이자 연구센터, 마을 주민들의 사랑방 구실을 할 수 있는 별도 공간을 마련하고자 했다.
8. 복층다락이나 그네, 터널, 미끄럼틀 등 학교도서관에 유희적 요소를 도입함으로써 학교도서관을 단지 학습의 공간만이 아니라 아이들이 놀고, 쉬며, 자연스럽게 책과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기획했다.

학교도서관을 만들어내면서 건축가들이 전문성을 가지고 참여한 것은 지금까지 유례가 없던 일이다. 양상현, 윤의식, 박영호, 김의용, 명재범, 임학성 등 ‘희망의 작은 도서관 만들기’ 사업에 참여한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은 이번 사업의 공익적 의의를 십분 이해하고 헌신적인 힘을 기울여 아름다운 도서관을 만들어냈다. 우리나라 학교도서관의 역사에서 이분들의 노력은 앞으로 더욱 빛을 발하리라 생각한다. 이번 사업을 전개하는 초기에 우리는 미국의 로빈훗재단(Robinhood Foundation)이 뉴욕의 여러 학교도서관을 재단장한 사례를 거론한 바 있다. 그러나 이제 우리도 세계에 자랑할 만한 학교도서관의 구축 사례를 갖게 되었다. 그간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더불어 앞으로도 공익적 가치를 지닌 공간을 만들어내는 데 건축가들이 열린 마음을 가지고 적극 참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만인을 위한 도서관을 향해 이번 사업은 교육 문화 사회적으로 무척 중요한 사업이다. 현재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 2003년부터 5개년 계획으로 ‘학교도서관 활성화 사업- 좋은 학교도서관 만들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적인 사고와 창의력을 지닌 미래의 한국인을 키워내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학교도서관 활성화 사업이 전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전개하는 ‘희망의 학교도서관 만들기’ 사업이 민관협력의 적절한 모델이 되리라 판단하고 있으며, 학교도서관의 중요성을 사회적으로 공감하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금 세계 각국은 급변하는 지식기반사회에 대응하고, 질적으로 우수한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각종 교육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학교도서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는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조사하며,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자세, 그리고 학교도서관에서의 다양한 교육활동과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읽고 쓰는 능력은 이제 개인적으로는 하나의 생존전략이며 국가적으로는 국제경쟁력의 기초이다. 기본적인 읽기 쓰기 능력이 퇴보하는 데 대한 우려, 자라나는 세대의 독서 이탈이 심각하다는 인식을 배경으로, 주요 선진국들은 국민의 독서능력을 키우기 위해 국가 정책적 과제를 설정하고 각종 방안을 짜내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각 개인이 책을 읽고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는 것, 그리고 판단하고 성찰하고 반성하는 능력을 증대시키는 것, 또한 이를 바탕으로 창조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단순히 문화적 과제가 아니라 사회 정책적 과제이기도 한 것이다. 시민들의 읽기 쓰기 능력이 없이는 건강한 사회활동과 경제활동이 이루어질 수 없으며 민주주의의 발전을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교육 정책 당국, 학교장 선생님과 교사, 학부모와 지역주민들, 그리고 한겨레신문사, 삼성, 책읽는사회문화재단과 같은 언론기관, 기업, 시민단체가 힘을 합해 자라나는 우리 어린이들이 좀 더 평등하게 정보와 지식에 접근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고, 그래서 책 읽는 문화를 바탕으로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은, 그래서 사회문화 인프라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를 만들어내는 일이라 하겠다.

최근 필자에게는 시애틀중앙도서관(Seattle Central Library)을 직접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렘 쿨하스(Rem Koolhaas)와 조슈아 라무스(Joshua Ramus)가 이끄는 OMA의 팀과 LMN의 건축가들이 함께 만든 이 새로운 건축물이 시애틀 시의 한복판에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은 ‘만인을 위한 도서관(Libraries for all)’을 건립하고자 하는 시애틀 시민들의 뜻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만인을 위한 도서관’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교육 정책 당국, 학교장 선생님과 교사, 학부모와 지역주민들, 그리고 언론기관, 기업, 시민단체의 힘뿐만 아니라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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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문화편집부 (archious@ancbook.com)
건축문화 2007년 4월호 [Special Issue]페이지 © anc건축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