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ecial Issue - 희망의 작은 도서관 | 아산 송남초등학교 솔향글누리 도서관
  | 양상현 | 순천향대학교 건축학과




아산 송남초등학교 솔향글누리 도서관
위치 충남 아산시 송악면 역촌리(전교생: 128명)
면적 38.5평(7.2m x 17.7m, 교실 2칸)
시공 임학성 l (주)로프트디자인
흙담 두레 강용상 지도, 순천향대학교 건축학과 학생들과 송악면 주민 일동
벽 그림 순천향대학교 애니메이션 학과 학생 일동
사진 양상현

도서관으로 할애된 것은 1층의 교실 두 칸. 그 앞에 소나무가 있다. 저 나무 옆에서 책을 읽으면 좋겠다. 그래, 정자가 있는 도서관을 만들자. 생각이 정리되니 곧이어 주민 공청회가 열렸다. 청도 많고 박수도 많았다. 주민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은 신명과 함께 어깨 무거운 일이기도 했다. 마을과 학교가 함께 들썩인 고사로부터 바야흐로 집짓기가 시작되었다.
도서관 한 쪽 벽을 터 운동장 쪽으로 초정(草亭)을 내었다. 여름날, 이곳에서 소나무와 함께 서늘한 바람을 맞다가 책을 든 채 꼬박꼬박 졸아도 좋겠다. 정자 서편으로 저녁 해가 든다. 아이들이 한참 책을 읽을 방과 후 무렵이면 붉은 햇살이 고역이겠다. 흙담을 쌓아 막기로 했다. 민건협에서 몇 차례 흙담 지도를 한 강용상 선생과 순천향대학교 건축학과 학생들이 하루 종일 노역에 힘써 주었다. 흙담 안에는 아이들과 주민들의 소원이 담겼다. 작은 색종이에 저마다 소원을 빌어 접어 묻은 것이다. 소망을 다져 흙담을 쌓았으니 이제 이룰 일만 남았다. 저녁이 되니 마을 주민들과 막걸리 곁들인 삼겹살 잔치가 벌어졌다. 결국 10시가 넘어서야 1.5m 남짓한 흙담이 완성되었다. 주민과 학생이 함께 한 역사(役事)였다. 이제 새 봄에 이 해가림 흙담에서 넝쿨을 올리면, 초정 지붕 위에 조롱박이 열리겠다.

도서관 안 가운데에 골방을 만들었다. 작은 공간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여기 숨도록. 그 위는 다락이다. 오르락내리락, 골방 옆 마루에서 건너편 모둠학습공간으로 넘나든다. 높낮이가 다른 공간이 한데 엉켜 있다. 아이들이 무척 재미있어 한다. 나도 신난다.
도서관 한 쪽 끝에는 주민 열람석을 두었다. 앞 쪽 창 너머로 운동장에 뛰노는 아이들이 보인다. 빨간 소파에 깊숙이 앉아 책을 보며 마시는 차 한 잔의 오후. 문을 열고 나가면 작은 테라스다. 나무 의자에 앉아 이웃 친구들과 수다를 나누면 테라스 위로 뻗어난 산딸나무도 한 몫, 귀 기울일 게다.
이 작은 도서관에서 주민, 지역과 함께 하는 건축의 가능성을 구현해 본 것은 행복한 경험이었다. 마을 분들과 더불어 막걸리에 민요 가락까지 곁들이며 쌓은 흙담의 추억도 두고두고 잊히지 않을 터이다. 산딸나무에 하얀 꽃이 피는 5월, 테라스 나무 의자에 앉아 책 읽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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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문화 2007년 4월호 [Special Issue]페이지 © anc건축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