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ecial Issue - 희망의 작은 도서관 | 부여 석양초등학교 바윗골도서관
  | 윤의식 | (주)수림건축사사무소




부여 석양초등학교 바윗골도서관
위치 충청남도부여군석성면증산리 1 2 7 1 - 2전 ( 교생: 120여명)
면적 6 5평
마감 바닥- 강화마루, 롤카펫, 타일/ 벽체- 천연페인트, 합지벽지, V.P., 인테리어필름/천정- V.P. 합지벽지/ 가구- E0 PB, 인조가죽
모델작업 이규정
시공 임학성l (주)로프트디자인
가구설계 이명기l (주)세인시스템
사진 책읽는 사회 제공

단층 건물들이 쭉 늘어서고 페인트로 다방이라 쓴 간판의 찻집 하나 중국집 하나를 지나 좀 더 들어가니 조그만 초등학교가 보인다. 버섯농사를 주로 하시는 어른들과 그 아이들이 사는곳 부여의 석성면이다.‘ 희망의 작은 도서관 만들기’프로젝트를 하기 위해 찾은 석양초등학교는 내 어린 날 시골 초등학교의 모습을 기억의 한편에서 뚝 잘라 꺼내 놓은듯 정겹다.
한 학년에 2 0명 정도 1 2 0여명의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근처에 보육시설이 있어 위탁아이들이 늘며 학생도 늘어나는 추세라 한다. 위탁아이 대부분은 도시에서 팍팍한 삶을 영위하는 부모들이 잠시 맡긴 것으로, 학교 뒤쪽에 보육원이 있어 후문을 주로 사용 한다. 현재 도서실은 기존 건물 끝 1층에 유치원을 증축하면서 2층에 위치하여, 화장실을 거쳐야만 그 출입이 가능했다.

도서실을 희망의 도서관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첫 번째 과제로 출입이 자유로워야 한다. 학교 건물의 부속실로는 밤늦은 시간이나 휴일에 이용하기와 주민 개방에 한계가 있어, 별도로의 출입로를 만들어야 도서실에서 도서관으로 변모할 것이다. 두 번째 과제로 도서실 면적이 작아 외부의 기존 시설과 연계하여 확장해야 한다. 도서실과 붙은 학교 뒤쪽의 창고 옥상을 활용하고 그 밑의 솔밭, 나무 그늘아래 오래된 콘크리트 의자를 잇는 길을 만들어 산들바람을 맞으며 책을 읽게 하고싶다. 세 번째 과제는 화장실을 거쳐야만 도서실 출입이 가능했던 것을, 기존 건물 끝부분에 증축을하면서 화장실 한쪽 벽을 허물어 출입 통로를 내는 것이다. 아이들이 인상을 쓰며 코를 막고 도서실을 들어오던 것을 재미난 길로 바꾸어 도서실 출입이 즐거워야한다.
아이들이 운동장 그네를 타는 모습을 한참동안 도서실에서 내려다보았다. 저학년 아이들이 많다. 선생님 말씀이, 아이들 집이 학교와 멀어 형들이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 같이 가거나, 집에 일찍 가도 농사일로 부모님이 바쁘기 때문에 해질녘까지 학교에서 놀다 가는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도서실을 이러한 아이들이 편하게 들어와 뒹굴 수 있는 방으로 만들어, 맨발로 다니며 아무 데서나 눕거나 앉거나 혹은 기대어 책을 보다 잠들수 있는따듯한 방을 만들기로한다. 마감에도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소재를 사용하고, 이미지 월은 일반 미송합판 위에 천연 색소를 입혀 표현하기로 한다. 도시에서 옮겨온것 같은 이질감을 없애고, 동네 아저씨가‘나도 시간만 있으면 저정도는 할 수 있겠네.’싶은 만만해 보이는 도서실이다.

도서실의 주인공은 아이들이다. 내부 공간을 배경으로 설치하 여 아이들이 도서실에 들어와 벽에 서거나 의자에 앉았을 때 비로소 그림이 완성된다. 가구의 높이를 1 . 2 m로 제한하고 바닥 높이의 변화를 주어, 아이들이 서 있을 때는 내부 공간 이 한 눈에 들어오게 하고 앉거나 누웠을 때는 작은 공간으로 나뉘어 아이들 눈높이에서 공간의 변화를 느끼게 한다. 또한 작은 계단으로 오를 수 있는 다락을 만들고 시각적으로 개방 하여 즐거움을 느끼게한다, 원두막처럼.

도서실을 어떤 개념이나 이야기로 채우지 말고 그냥 비워두기로 한다. 뚝배기보다 장맛이라 하지 않는가. 지금 책 창고같은 도서실을 비워내 빈 그릇으로 만들고, 아이들과 학부모가 그 안을 채워 이야기를 만들고 기억을 그려갈 수 있도록 여백을 두기로 한다. 석양초등학교에서 그렸던 상상이 다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도서관으로 가는 길과 외부 공간의 연계는 예산 문제로 뒤로 미루기로 했다. 교장 선생님이 관심을 갖고 힘이 되는 대로 가꾸어간다고 하시니, 학교와 학부모 학생들이 만들어 갈 내일의 도서실이 더 기대가 된다. 도서실은 학부모가 사서 도우미로서 아침 9시부터저녁 9시까지 3교대로 활동하며, 따듯한 엄마의 시선으로 아이들을 보살피고 있다. 책을 읽다 다락에서 잠든 아이를 볼 때 너무 귀엽다는 도우미 어머니의 말씀을 들으며, 작은 도서실이 희망의 도서관으로 자리 잡아가는 큰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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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희망의 작은 도서관 만들기 | Small Libraries for All: A Project of Hope

희망의 작은 도서관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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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문화 2007년 4월호 [Special Issue]페이지 © anc건축문화